'나 아닌 것들'이 빛어낸 '나'는 "그대 아닌 것들로 빚어진 그대를 사랑한다." 이 것은 '나'는 '나'가 아니며 '너'는 '너'가 아니라는. 주체성과 정체성의 부정이 아니다. 타자성을 껴안은, '더 큰 나와 너의' 수긍이다.
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
그대가 피는 것인데
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
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
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
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
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
그대가 꽃피는 것이
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.
글/ 김선우